「문학산책 」 시조
비 탈 밭
황우연
비탈밭 일구어서 메밀씨 뿌렸는데
비둘기 떼 몰려와 휘적여 파내먹네
아버지 덫을 만들어 밭고랑에 놓는다
며칠을 공들여도 걸려들지 않던 놈들
공허한 빈 가슴을 탁배기로 채워내고
술 醉氣 짙은 노을길 갈지자로 걷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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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想: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산 비탈을 일구어 온 가족이 메밀 씨앗을 뿌려 정성으로 가꾸어 보지만 농부의 마음을 알리가 없는 비둘기.
어디서 나타났는지 떼로 몰려와 휘저어 가며 애써 뿌려놓은 씨앗을 남김없이 파내 먹는다.
몇번을 뿌려도 싹이 돋아나질 않아 덫을 만들어 놓아봐도 소용이 없다.
아버지는 허탈감에 친구가 운영하는 술 도가를 찿아 탁배기만 들이킨다.
해가 서산에 기울어 노을빛에 그을린 짙은 화색의 취기에 갈지자 걸음으로 삽작문을 여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