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시간
이수진
8시 30분 독일 자존심이 서서히 들어온다
예의는 본국에 두고 온 모양
주차장 문 앞 당당하게 불빛 깜박거린다
1분 뒤 클랙슨이 요란하다
역시 시끄러운 아메리카 스타일
모든 걸 묵인한 채 가로지른다
역시 불란서 신사답게
붉은빛 마주보며
낯익은 눈길 향해 창문 내려 눈웃음 짓는다
사립초등학교 정문 앞
이 길목 치맛자락이 점령했다
목은 빳빳하게 깁스한 채로
교문 앞 맞은편은 아파트 정문
신호등은 역할을 잃고
선생님이나 경비원에게 기댄다
지휘봉과 깃발
하루에 두 번 교차로에 내몰려 호루라기에 맞춰
좌회전 우회전이 주어진 임무이다
꼬막손 움켜쥔 미소가 손 번쩍 들고
햇살 밟고 교문 안으로 사라진다
유럽도 아시아도 아메리카 스타일도 자리를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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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想☞ 사립 초등학교의 등교시간, 너나 할 것 없이 외제차 타고 다니는 한국 엄마들의 유별란 극성을 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