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칼럼 草英 김성일.
엄마가 들려주던 옛날 이야기
옛날 옛날에 깊고 깊은 산골에 아주 가난하고 착한 금슬 좋은 부부가 살고 있었다.
어느 추운겨울 홀로 남은 아버님이 노환으로 돌아가셨다.
젊은 부부는 씨암닭 한마리를 보따리에 싸들고 산 아래 건너 마을에 사는 지관地官이신 백부님께 내려갔다.
"백부님 아버님이 지난 밤 자시에.."
"응 그래 알고 있다.오늘이 이월 초하루,정월과 이월이 오고 간 시각이라..."
"네,"
"가서 병풍 뒤에 아버님 모셔 놓고 내가 연락할때까지 기다려라."
젊은 부부는 집에 돌아와서 地官이신 백부님을 기다렸다.
그런데 한달이 가까워도 백부님이 오시지 않는 것이 아닌가, 추운 겨울 밤 군불을 땔려고 해도 시신이 상하실까 염려되고 ,긴긴 겨울밤 젊은 부부가 잠자리도 참아야 하고,(옛날엔 부부금침하고 3년상도 지내는 경우가 많았음.)
어떻던 이런저런 일들로 제대로 잠이루지 못했다. 달포가 지날즈음 ,
"여보 당신 백부님께 한번더 갔다오셔요."
아내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남편에게 부탁했다."
"백부님이 기다리라 했으니 여보 몇일만 더 참아봅시다."
그로부터 몇일이 더 지난 오후 아들이 삽작문을 나서려는데,산 아래 백부님의 흰 두루마기 모습이 산골 바람에 휘날리는 것 아닌가.
젊은 부부는 반가움에 진지상을 올렸다.
"백부님 장에 못가 갈치도 떨어졌는데 닭이라도 잡을까요..?"
"무슨 소리 ! 장례날에 살생을 !잡지마 !,장닭이 있어야 새벽을 울릴 것 아닌가."
"아니 백부님, 이 밤에 장례라니오?"
백부님은 씨레기 된장국밥을 즐거히 드시면서 아버님과의 어린시절 얘기에 열중하셨다
子時가 다가올 즈음 ,백부님이 명령했다.
"자 시신을 덕석에 말아 지게에 지거라."
"아니 이 밤중에...."
"잔말 말고 따라와!" 백부님이 싸리문을 나서고 있었다.
한참을 산속을 돌아내려가 적은 능성이가 가지런한 곳 중앙, 그가 나무해오다 ,산길 갔다오다 추운 겨울 바람을 피하던 양지 바른 곳, 그 자리에 백부님이 버티고 섰다.
"자 여길 너 키 깊이만큼 파거라,그런 후 하관下棺은 내가 올때까지 기다려라." 이 한마디를 남기고 훌훌 산을 내려가시는 것이 아닌가.
부부는 열심히 구덩이를 다 판후 기다려도 백부님은 오질 않고 시간은 자시子時를 넘어 축시丑時를 지나고 있었다.
그동안 긴장하고 춥고 어두운데 바람까지 부는지라 젊은 부부는 돌돌 떨어야했다.
"여보 이리 들어와 ,백부님 오실때까지 이 속에서 기다리자."
남편이 추위에 떨고 있는 아내를 구덩이 속으로 끌여 들였다.
무덤속은 이외로 따뜻하고 포근했다 .둘은 꼭 껴안고 서로의 체온으로 몸을 덮히니 그 동안 참아온 정욕의 불길이 태산처럼 불타올라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남편의 손길이 아내의 속곶을 더듬기 시작했다.
아내도 참지못하고 반응했다 .구덩이 속은 열기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여보 여기서 이럼 어떠케...난 못 살아..."
"어쩌겠어 ! 춥고 백부님도 오시지 않는데..."
둘은 기어히 불붙는 정염을 주체하지 못하고 방사를 하고 난후 꼭 껴안고 잠이 들었다 "허어 어느 놈이 국록을 먹을 명당자릴 먹었네그려...내가 환생하면 묻히려 했거늘.!" 백발의 산신령이 긴 수염을 쓰다듬으며 혀를 끌끌찼다.
"들어내면 되지 뭘 그려슈! 그 놈들 방사를 얼마나 뜨겁게 하든지 원 내가 깼수다."
구룡산 지신地神이 털털 웃었다.
"아하, 이미 옥황상제께서 이 착한 부부에게 삼정승 육판서의 영혼을 내렸네 그려.."
남편이 꿈결에 잠을 깨니 백부님이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자 인시寅時가 다가기 전에 고인을 묻자구나."
젊은 부부는 허겁지겁 일어나 백부님께 절하고 장레를 끝마쳤다.
꼬끼--옥 ..장닭 울음 소리가 힘차게 새벽을 알렸다.
이후 자식이 없던 부부에게 아들 삼형제가 태어나고 모두가 정승 판서로 등과 ,벼슬하니 국태민안하고 청렴결백하여 자손 대대로 3정승 6판서가 탄생하는 복록을 누렸다고 했다.
※자시子時.밤11시→1시
축시丑時.밤 1시→3시
인시寅時.밤 3시→5시
지관地官.☞묘터를 보고.장례등을 주관하던 풍수지리학자.
하관下棺☞묘지에 관을 내려 안장함.
어머님을 생각하면 언제나 눈시울이 붉어진다.
흰 모시 한복차림의 정갈하시던 어머님.♡
딸 다섯에 늦둥이 아들 하나에 그토록 정성을 다하신 은혜에 가슴이 저려온다.
추운 겨울 밤이면 들려주시던 어머님 얘기와 함께
그 모습 그려본다.
8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엄마와 누나들과 성장한 나는 9살때부터 지방을 쓰고,아버님 제사를 모시면서 성장했다.
지금은 어머님도 하늘 나라에 계신탓인지 명절이면 외롭고 긴긴 겨울 밤 어머님이 들려 주시던 옛날이야기.
권선징악勸善懲惡이나 인과응보因果應報를 주제로 한 유교사상儒敎思想의 옛 이야기가 다시금 그리워 지는 것은 현대인들의 부조리,부도덕,불확실성 때문인 것 같아서 역사적 여과없이 그대로 올려본다.
[문화부 부장 김성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