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부터 목민관의 우선 덕목은 파사현정(破邪顯正)이었다. 파사현정은 본래 불가의 수행덕목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사악한 생각을 파쇄 햅리고 올바른 도리에 따른다는 뜻이다. 즉 사사로운 유혹이나 욕심에 얽매이는 사악한 마음을 바로잡아 매사를 공명정대하게 생각하고 처리한다는 의미다. 어찌 불가의 수행덕목 뿐이겠는가. 우리들 인생살이 모두가 사악함을 버리고 옳고 바르게 양심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실천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특히 국정수행이나 민생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모든 공직자들이 마음에 새기고 실천해야 할 필수덕목이다. 부정비리가 판을 치고, 흉계와 모략이 날을 세우는 요즘의 일부 공직자들이 새겨야할 교훈이다. 공자가 가르친 (陳善閉邪)진선폐사의 의미도 비슷하다. 착함으로 베풀어, 간사하고 거짓됨을 막아내야 한다는 의미다. 바른생각, 바른행동, 바른처사를 강조한 지침이다. 내가 생각하고 내가 실천하는 것만 모두가 옳다고 고집하는 아집과 독선을 버리라는 교훈이다. 진실은 드러나고, 위선은 무너진다는 이치를 깔고 있다. 사랑의 최고가치도 陳善閉邪(진선폐사)의 진실에 있다. 사랑은 손해와 이득을 계산하는 이해타산이 없다. 진실한 사랑에는 사가 없다. 오로지 믿음뿐이다. 믿음은 내 마음을 전부 베푸는 진실에서 시작된다. 진실만이 사랑이고, 진실만이 믿음이며, 진실만이 사악함을 막는 것이다. 때문에 진실을 베푸는 것은 최고의 선 이다. 陳善閉邪(진선폐사)의 진실은 작은 생활에서부터 피어난다. 사사로운 생각을 버려야 착한 일을 펼칠 수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글 한 토막을 인용한다. 전광원선생이 올린 노부부의 진실한 사랑얘기가 陳善閉邪(진선폐사)의 감동을 전한다. 어느 가을날 황혼 무렵이다. 그녀는 사소한 일로 남편과 다툰 후 속상한 마음을 달래려 정원으로 나왔다. 아직 채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스치자 소름이 돋을 만큼 한기가 느껴졌다. 그때 남편이 드라이기를 들고 나오면서 말했다. 그만 화를 풀고 이리와... 못들은 척 하는 그녀를 의자에 끌어 앉힌 남편은 아내의 젖은 머리를 말려주었다. 정원 가득히 핀 꽃들을 바라보며 아무 말 없이 남편에게 머리를 맡기고 있는 동안 그녀는 남편과 다툰 이유조차 생각나지 않을 만큼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녀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남편은 이해심과 포용력이 많은 사람으로, 다툼이 있을때 마다 이런 식으로 아내를 달래주곤 했다. 그녀는 그런 남편에게 속으로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잠시 후 남편이 말했다. 언젠가는 당신 혼자 이 자리에 앉아서 오늘 이 순간을 회상하는 날이 오겠지. 남편의 목소리는 담담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슬픔이 묻어 있었다. 뜻밖의 말에 당황한 그녀는 남편을 향해 몸을 돌리며 말했다. 당신은요?... 남편은 한참 뒤에 대답했다. 글쎄, 당신보다 내가 먼저 하늘나라에 가지 않을까. 순간 그녀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남편 없이 혼자 남겨질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어째서 나는 그토록 소중한 사람의 마음에 번번이 생채기를 내는 것일까. 바보같이. 불교에서는 5백년을 수행해야 한 배를 타고, 다시 천년을 수행해야 같은 잠자리에 들 수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2천년을 수행하면 죽음도 함께 할 수 있을까. 그녀는 앉은 채 몸을 돌려 남편의 허리를 꼭 끌어안으며 다짐했다. 세상의 단 한사람, 소중한 남편의 마음을 다시는 아프게 하지 않겠다고. 陳善閉邪(진선폐사)는 절대로 먼 곳에 있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