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지난날의 기록만이 아니다. 과거를 깨닫고 미래로 새롭게 발전 시켜야 할 오늘의 과제이고 또 교훈이다. 옛 것을 본받아 새것을 익혀가는 게 문명이다. 오늘은 그냥 하늘에서 떨어진 시간이 아니다. 어제의 연속이고, 과거의 연속이다. 때문에 독불장군의 역사는 없다. 오늘의 나도 부모가 있었기에 존재하고, 또 부모들도 선대들이 있었기에 존재했다. 삼라만상 모든 존재가 과거 없는 오늘이 없다. 고향생각도 나고, 어릴 때 추억도 떠오른다. 내 고향은 충청도 서산이다. 궁벽한 산골이었고, 말씨까지 느려 강촌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상전벽해로 비유될 만큼 생활문화가 개벽했다. 항상 그리운 마음으로 서성이던 고향에 찾아가보면 오히려 타향이 됐다. 옛 친구들도 없고, 옛 인심도 없어졌다. 돈 가진 도시사람들의 별장 터가 돼 마을 안 골골마다 현대식 호화주택들이 들어서고, 굳게 걸어 잠긴 육중한 철 대문마다 감시카메라가 살벌하게 번득인다. 지게 지고 장에 다니던 마을이 이제는 자동차가 지천이다. 누가 말했던가 온고지신... 이토록 변했나? 다시 한 번 놀래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기억은 늙어져도 추억은 젊어진다고 했다. 어떤 때는 삶에 지쳐 고달프기도 하지만, 곤궁했던 옛날을 생각하면 오늘의 문명이 과분한 호사이기도 하다. 건강을 이유로 고기도 골라먹고, 살찌는 게 두려워 돈 들여 불가마, 한증막을 찾아다니는 세태가 됐다. 지난날의 추억을 오늘의 나를 깨닫게 하는 각성제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문명과 풍요는 어디서 왔는가. 헐벗고 배고팠던 지난날 선대들의 고통시대가 있었기에 오늘이 있는것 아닌가. 일제침략으로 36년간 나라를 빼앗겼던 역사도 경험했고, 북한군 남침으로 동족상잔의 처절했던 6·25전쟁도 경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