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정 때문에 그 동안 밀려있던 상담메일을 모두 다 출력해서 읽어보고 답장을 해주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30대가 넘은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진로와 직업에 대해서 여러 가지 문의를 해 온다. 출력해서 책 읽듯이 그들의 이야기를 읽어 나가다가 손을 멈추게 하는 문장의 메일이 있다.
'청소년은 즐거우면 안 되나요? 왜 어른들은 10년 뒤를 위해서 오늘 즐거운 일을 포기하라고 하는 걸까요? 제가 10년 뒤에 불행할지, 행복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 아닌가요?‘
너무나 촌철살인 같은 질문이었다.
사실 나는 질문했던 학생의 말에 '아니다'라고 선뜻 대답할 재간이 없다. 그의 말처럼 '오늘 나의 희생이 반드시 내일의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걸 이제야 깨달아 가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오늘'을 희생해왔던 많은 어른들이 지금 현실에서도 불행하게 살아가고 있으니, 우리가 '열심히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다'라고 습관처럼 말하고 있는 이 문장에 더 이상 무게가 실리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즐거운 것'과 '해야 하는 일'의 비율을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
연예인든, 공무원이든, 또한 노마드족처럼 세계를 여행하며 글을 쓰는 여행작가조차도 그 즐거움 속에 '해야하는 일'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두어야 한다.
이러한 일에 대한 시각의 간극은 직무에 대한 이해도 차이 때문에 존재한다. 단 한 번도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보지 않고, 그저 상상 속의 일터를 위해 죽도록 노력했으니 그것은 당연지사다. 그래서 대학을 나와 어렵게 들어간 직장을 다니고 있는 직장인들조차 진로상담 메일의 80%이상은 '제가 생각했던 일이 아닌 것 같아요...'가 주를 이룬다.
이러한 간극을 가장 잘 넘어갈 수 있는 방법은 '해야 하는 일을 즐겁게 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일을 즐겁게 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생소하고 해내야만 하는 일을 즐겁게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이 어려운 문제의 실마리를 따라가다 보면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자기통제력(Self-control)'이다. 스스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데, 해야 할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핸드폰에 빠져있거나 오히려 더 놀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자기통제력이 낮다고 볼 수 있다.
스트레스를 부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 현실을 잠깐이라도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이 스스로를 통제하는 힘보다 큰 것이다. 그래서 자기통제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건강한 자아상태를 유지하는 것'이고, 이것은 곧 건강한 습관관리로부터 비롯된다.
이 건강한 자아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주로 '청소년기'에 그 틀이 완성된다. 그래서 청소년기에 자아에 대한 점검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의 진로고민은 풀 수 없는 문제를 억지로 붙잡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청소년기에 가장 좋은 자아에 대한 성찰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게 지음을 받았는지, 또 내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직,간접적으로 경험의 폭을 넓혀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의 뒷받침이 없이 단순한 지식의 양만을 추구하는 교육은 아무 의미 없는 메아리에 불과하다.
정리해보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할수 있는지 고민하면, 건강한 자아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그 힘은 곧 자기통제력을 높여준다. 자기통제력이 높은 사람은, 해야 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이런 사람은 희생과 즐거움의 균형을 알게 된다.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마음 편히 웃을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즐거움은 열심히 공부해서 올린 성적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공부하는 근본적인 목적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청소년이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다.
게임을 하든, 운동을 하든 즐거움의 등대를 쫓아가 볼 수 있는 기회를 먼저 주고나서 그 경험에 대한 적절한 질문을 던져 이야기를 나눠보고 스스로 자신의 길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어른들의 역할이 아닐까.
아이들이 스스로 행복하다 느끼지 못하는 교육은 그 성과와 상관없이 이미 실패한 교육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